[글로벌 트렌드] 김치사업 나선 유럽…”유기농.비건식품 표방”

유럽 젊은이들이 김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의 러빙푸즈(Loving Foods), 이튼얼라이브(Eaten Alive), 프랑스의 레자르크뤼(Les jarres crues), 독일의 컴플리트오가닉스(completeorganics) 등이 바로 그 대표 주자이다. 이들은 발효식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유기농·채식·건강 식품을 찾는 사람들을 주 타겟으로 김치를 생산·판매한다.

현지인들도 김치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한 만큼 한국의 정통 김치를 알리고 판매를 증진하는데 지금이 적기라는 조언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TI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력한 이동제한령이 시행되고 있는 유럽에서도 홈메이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이나 건강식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치 등과 같은 한국의 발효식품이 큰 관심을 받으며 프랑스 뉴스전문지 CNEWS에서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위기 속에서도 4월까지 대EU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1%이상 증가했다. 특히 김치와 고추장 수출은 최근 3년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도 3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김치의 인기에 유럽의 발효식품 업체들 사이에서 현지화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현지인들 손에서 만들어진 김치는 한국의 전통적인 김치와는 사뭇 다르다. 일례로, 발효식품 전문업체 러빙푸즈는 영국에서 생산된 유기농 농산물과 켈트해의 소금을 사용해 김치를 만든다고 홍보하는데, 양배추와 당근을 김치의 주재료로 쓰고 강황과 후추를 추가한 제품도 있다.

또한 김치 양념을 김치 주스로 상품화해 판매하기도 한다. 러빙푸즈에 따르면 이 김치 주스는 건강음료로 매일 조금씩 마시거나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영국 요리사 두 명이 2016년 창업한 이튼얼라이브는 김치,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절임), 발효 핫소스 등 발효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 업체는 매운김치, 순한김치, 양배추김치, 금김치의 네 가지 김치와 김치맛 핫소스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금김치(Golden kimchi) 제품을 빨간 양념 대신 레몬과 강황, 생강을 넣어 만들었다.

프랑스 발효식품 전문업체 레자르크뤼는 자사의 제품을 마늘향이 강하고 매운 고춧가루와 젓갈이 들어간 한국식 김치와 달리 마늘과 젓갈을 빼고 순한 에스플레트고추를 사용한 보르도산 신(新)김치(Néo-Kimchi)라고 소개한다. 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이 김치는 모든 음식에 곁들이기 좋을 뿐만 아니라 김치만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에스플레트고추는 바스크 지역인 프랑스 피레네자틀랑티크주의 도시 에스플레트의 이름을 딴 고추로, 전통적으로 바스크 요리에 쓰인다.

독일의 발효식품 전문업체 컴플리트오가닉스 역시 신(新)김치(das neue kimchi), 무김치(das daikon kimchi), 꾸르띠도 김치(das curtido kimchi)의 세가지 김치 제품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고춧가루를 많이 쓰지 않아 전통적인 김치보다는 채소 절임에 가깝다. 특이한 점은 엘살바도르식 양배추 절임인 꾸르띠도에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지인들이 김치를 채소 발효식품의 대명사로 인식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소개하고 있다. 김치 아보카도 토스트, 김치 피자, 김치 그라탕, 김치 샐러드, 김치 카나페, 김치 가스파초 등 김치를 유럽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현지 음식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소규모 스타트업 단계로 주로 유기농식품 매장이나 자체 온라인 매장, 또는 아마존을 통해 김치를 판매한다. 가격은 1kg 당 18유로(약 2만4300원) 선으로 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김치의 평균가(약 10€/1kg)를 크게 웃돈다.

영국 유기농식품 전문 업체 바이오나(Biona)의 김치는 영국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Tesco)에 웨이트로즈(Waitrose) 등에서 한국산 김치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aT KATI 관계자는 “유럽에서 건강식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효식품의 대표주자인 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인들도 김치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한 만큼, 한국의 정통 김치를 알리고 판매를 증진하는데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김치 스타트업 대부분이 유기농과 비건식품을 표방하고 트렌디한 패키징으로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국 김치도 원조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고급화, 프리미엄 라인 개발로 유럽의 소비자들을 유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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