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영양표시 의무화는 소비자 혼란만 초래”

식약처 김치ㆍ절임식품 영양표시 의무화 추진에 전문가들 반대

신동화 명예교수 “원료 따라 성분 차이 크고, 발효하면서 성분 달라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치에 영양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김치에 영양표시가 강행되면, 김치업계는 물론 김치 원료 생산자인 농민에게 타격을 주고, 소비자에게도 혼란만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레토르트식품ㆍ빵ㆍ과자 등 17품목에 한해 영양성분을 표시토록 해왔으나, 앞으로는 떡류, 김치류 등 29품목에도 열량ㆍ당류ㆍ나트륨 등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일 입법예고 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치ㆍ절임식품업계는 김치류, 절임류, 조림류 등에 대한 영양표시 의무화는 현실성이 없고, 합당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도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에 대한 영양표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김치는 젖산균 등이 살아 있는 상태의 식품으로, 유통과정에서도 발효가 진행돼 성분 변화가 계속 일어난다”며, “어느 한 시점에서 영양성분을 분석하고, 그 다음날 분석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김치 발효 중 성분 변화에 대한 논문은 이미 많이 발표돼 있다”고 말했다.

김치에 사용하는 원료의 95% 이상이 농축수산물인데, 이들은 품종, 생산시기, 생산지, 시비방법, 재배방법, 저장기간 등에 따라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품질이나 성분을 표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한 포장에서 생산된 배추도 성분이 다른데, 이렇게 다른 배추로 담근 김치의 영양성분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김치를 생산하면 생산일, 생산라인, 롯트에 따라 품질과 성분의 차이가 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영양성분 차이가 나는 것도 피할 수 없는데, 어느 시점에서 분석한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김치에 영양표시가 강행되면 생산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혼란만 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중국산 수입 김치로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김치산업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김치 원료 생산자인 농민의 소득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김치의 영양표시 의무화는 실효성이 없고, 산업계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며, “식약처는 향후 김치 품질 개선 및 위생 안전성 제고 등에 더욱 힘 써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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