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NOW]
수출 주요 상품으로 발돋움한 김치… 김장,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
세계 곳곳에서 ‘김치의 날’ 제정
현지인 맞춤형 제품으로 수출 확대
며칠 전 진행된 제1회 K푸드 포럼에서 김치 브랜드 ‘종가’를 만드는 대상은 ‘김치는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흥미로운 발표를 진행했다. 현재 글로벌 김치 시장이 약 5조 원 규모지만 2050년에는 15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며, 맵지 않은 동치미를 시작으로 김치 스프레드, 김치 파우더, 김치 스낵 등 다양한 연관 상품을 만든다면 엔비디아만큼 규모 있는 식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상은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김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2022년 식품업체 최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연간 김치 2000t을 담글 수 있는 김치 공장을 설립했다. 글로벌 김치 시장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샘표는 수출용 김치 양념 키트인 김치앳홈 등을 선보이는 등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은 김치 상품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식품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국내 최초이기도 하고, 더 놀라운 사실은 2013년에는 한국의 김장(Kimjang·초겨울에 김치를 담그는 오래된 전통) 문화 자체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장은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협력을 촉진하며 세대를 거쳐 노하우를 전수하는 하나의 축제이자 전통이라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김장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김장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유산으로 김치는 식품 그 이상의 가치를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있다. 김치의 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21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 뉴욕주, 워싱턴 등 미국 내에서만 12개 지역에서 제정, 선포되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에서도 11월 22일에 김치의 날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초로 김치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면서 글로벌 김치 시장의 영역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수천 년 동안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발효시켜 보존해 왔으며 냉장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김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은 7세기경부터 김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다가 1592년 임진왜란 전후로 고추가 한반도에 전래되면서 17, 18세기를 거쳐 고춧가루가 들어간 지금의 매콤한 김치가 탄생했다. 새콤하면서 시원하고 아삭한 질감의 김치는 활용도가 다양해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굴무침에 김치양념을 올려 먹기도 하고, 돼지고기 목살을 넣어 만든 돼지 김치찌개,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볶은 김치 등이 있다.
특히 김치찜은 잘 익은 김치만 있으면 다양한 재료를 넣어 풍요로운 잔칫상으로도 즐길 수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풍년식당 1979’는 특별한 김치찜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알싸한 갓김치와 새콤한 감칠맛의 묵은지를 동시에 넣어 만든 갓김치 돼지 김치찜, 갓김치 등갈비 김치찜, 갓김치 고등어 김치찜을 선보이고 있다. 갓김치를 김치찜에 넣은 것은 풍년식당 1979가 원조인데 갓김치는 다른말로 ‘Mustard Kimchi’로 불리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김치는 발효 식품으로 영양분이 많고 몸에 좋은 식품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외국인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의 식문화에 맞게 샌드위치에 바르는 스프레드나 튜브형 소스, 시즈닝 파우더, 누들, 스낵 등으로 다양하게 형태를 바꿔가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야 김치를 경험하는 스펙트럼과 수출 시장도 확장될 것이다.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김치 담그는 법부터 김치를 활용한 요리법, 김치를 가공해 만든 상품 등이 출시된다면 김치도 엔비디아 못지않은 화제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