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처가방 대표

일본 도쿄의 중심부 신주쿠 오츠야(新宿區 四谷)에 가면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김치박물관이 있다. 오츠야의 한식 프랜차이즈 식당 ‘처가방’(妻家房·사이카보) 뒤쪽에 있는 김치박물관은 33㎡도 채 안 되는 공간이지만 태극기를 내걸고 한국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영명의 오영석(60) 대표는 김치박물관을 비롯해 ‘처가방’ 브랜드로 일본 전역에 한식당 22곳과 게이오, 이세탄, 마쓰자카야, 소고 등 일본 유명 백화점의 식품코너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김치신화’를 이루고 한국의 맛을 전파하고 있는 오 대표는 한국에서는 역으로 일본의 맛을 알리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일본의 가정식 전문점을 개점키로 하고 준비차 최근 대구를 찾았다.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이 들어가는 발효식품인 한국 김치와 미역을 넣어 끈적끈적한 식감에 발효를 억제하고 쉽게 절여먹는 일본의 기무치는 영양학적으로 비교가 안 됩니다.”

오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힘의 원천이 김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치가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때마침 일본 한 TV가 쥐를 실험 대상으로 한 김치의 효능 및 스태미나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전까지 마늘냄새를 싫어했던 일본인들 사이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됐다는 것.

현재 ㈜영명의 연 매출은 450억원으로 1993년 일본 게이오 백화점 식료품 코너에 처음 김치매장을 열었고 1996년 한식당 ‘처가방’을 오픈한 지 15년 만에 이룬 성공신화이다.

“처가방에서는 고춧가루와 마늘, 젓갈 등은 반드시 영양과 청송 등 한국의 유명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수입해 맛을 차별화 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죠.”

대구 토박이인 오 대표는 마흔을 넘긴 1983년 패션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유학을 떠났었다. 패션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본 게이오 백화점 부인복 상품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아이 돌날 동료들을 초대해 식사대접을 했다. 이전까지 불고기 정도만을 한국음식으로 알고 있던 일본 동료들은 부인 유향희 씨가 담근 한국 전통김치 맛에 푹 빠졌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한 직원이 나중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유 씨의 김치를 게이오 백화점 식품부에 선보이자고 제안, 처가방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오 대표의 ‘김치왕’명성이 순탄하게 얻어진 것만은 아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김치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식품부 옆 만두가게 주인은 마늘냄새가 싫다며 옆에 오기를 꺼렸고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열었던 이세탄 백화점 식품부에선‘김치가 썩었다’며 클레임을 걸기도 했다. 그 클레임은 깍두기에 맛을 내려고 넣었던 양파즙이 발효되면서 거품이 난 것인데 일본인은 부패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때까지 일본인들은 김치 먹는 법, 발효시기, 산미 등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발효음식인 김치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알리기 위해 ‘처가방’1호점 한쪽에 김치박물관을 만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88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오 대표의 김치박물관을 견학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자연스레‘처가방’의 명성도 높아졌다. 현재 ㈜영명 식품판매부에서는 하루 30여 종 2t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오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역으로 일본의 다양한 맛을 한국에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 음식은 회나 초밥으로 대변되고 있죠. 하지만 일본의 맛은 튀김이나 조림 등 다양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가정식의 맛을 볼 차례입니다.”

그 첫 신호탄이 서울 청담동에서 성업 중인‘도쿄 사이카보’다. 2009년 문을 연 이곳은 서울의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이어 ‘도쿄 사이카보’ 2호점이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하게 된다. 오 대표는 이 일로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재일대한민국민단 도쿄신주쿠지부 단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일본 도호쿠지역 대지진 때 직원들과 함께 350만엔을 모금, 신주쿠청에 기탁했고 모교인 대구 영남고 재학생 3명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2009년엔 김치의 성공 신화를 다룬‘김치를 디자인하는 남자’라는 책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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