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이유 중 하나라는 프랑스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매체 더선은 13일(현지시간)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특히 한국과 독일의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에 주목했는데 두 나라는 발효한 배추나 양배추를 주식으로 먹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발효한 배추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이용하는 ACE2 효소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ACE2는 사람 세포막에 있는 효소로 코로나바이러스는 ACE2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연구에 따르면 김치가 일종의 ‘ACE2 천연 억제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연구진은 “배추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변환알레르기(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실렸다.
아울러 연구진은 스위스 내에서도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곳보다 사망자가 훨씬 더 많았다며 식생활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선 독일식 김치인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양배추를 싱겁게 절여 발효시킨 것)를 먹어 김치처럼 천연 억제제 역할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사망자 수가 적었다는 설명이다.
호흡기·알레르기 분야의 석학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 만성 호흡기질환 퇴치 연맹(GARD)’ 회장을 지낸 장 부스케 교수는 “식단을 바꾸는 건 코로나와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발효 음료수 역시 발효 배추처럼 ACE2의 활동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불가리아가 이탈리아·스페인 같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를 덜 입은 것은 요거트와 같은 발효 음료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스케 교수는 “발효 배추와 요거트가 일종의 천연 바이러스 차단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 당시 유독 한국이 피해를 적게 입은 이유가 김치 때문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국내 연구진은 실제로 사스 유행이 지난 후 김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인호 박사팀이 김치 추출물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형성을 현저히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RNA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