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돔양꿍 그리고 김치
◎ 방송일시 : 2008년 6월 1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서용하 PD / 글 : 최지연 작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규모 1000조원, IT산업 규모는 1500조원, 이에 반해 식산업은 480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식산업은 고급 한식당이 점차 사라지고,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로열티(1700억원 규모)를 주는 수입형 외식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국내 외식 시장에 수입되는 외국산 식자재의 규모로 볼 때 식자재 수출입 불균형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는 식산업이 갖는 산업적인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 자국식당을 수출하고 자국 음식을 먹는 인구를 확보해가면서 그로 인한 국내 식산업의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산업의 성장은 대표적 식자재인 농축수산물이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한다. 본 프로그램은 아시아 음식 중 대표적으로 세계화된 스시와 돔양꿍이 세계화, 산업화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자국 식자재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 개발하는 일본과 태국의 움직임을 생생히 담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근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식자재 수출 상황을 통하여 한식의 세계화,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방송내용>
▣ 세계가 환호하는 일본의 날 음식 – 스시
스페셜팀은 일본의 찌바현 어업현장을 찾았다. 하루 1500만원어치의 수입을 올리는 그 곳은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어촌마을이다. 섬마을 일본에서 어업은 삶이자 문화. 그로 인해 그들의 대표음식은 자연스레 ‘스시’가 되었다.
“스시는 대접하는 것이다. 스시는 일본 문화와 삶, 땀과 역사가 담겨있는 것인데 프랑스 잡지사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 스시 음식점 ‘아미’의 주방장
일본 바다에서 들어온 수산물들이 모여드는 어시장의 새벽 6시, 분주한 시장 한 켠에 줄서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시 음식점 ‘아미’가 문 열기를 기다리는 것.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2개를 받은 이 스시집은 최근 미슐랭에 별을 반납했다. 그들에게 ‘스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본문화와 삶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스시 붐이 없었다면 일본의 수산 가공업계는 망했을 것이다.”
– 일본 생산 수출업자 나까야마
스시의 기본은 신선한 생선과 수분이 풍부한 쌀. 스시의 세계화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생선과 쌀의 수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페셜 팀이 찾은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 ‘스끼지’. 그 곳에서는 매일 일본의 신선한 어류가 전 세계에 수출된다. 홍콩에 있는 스시전문점 ‘이따마야 스시’에서도 매일 일본에서 공수해오는 생선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의 농촌마을 니가따현, 타마끼씨는 최고급 쌀인 고시히까리 쌀을 생산한다. 2007년, 쌀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35%나 떨어진 수매가격으로 위기를 맞았던 그는 그 위기를 대만 수출로 모면했다. 대만 쌀보다 일본의 쌀가격이 6배나 비싸지만, 대만의 스시집들은 수분이 풍부하고 질 좋은 일본쌀을 수입해간다.
스시의 세계적 붐은 일본의 농·어촌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일식의 붐을 통해 농수산물의 수출량을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아베 총리는 취임식을 통해 4천억 엔(4조원)이던 농수산물 수출규모를 2013년까지 1조엔(10조원)으로 2.5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물론 세계적 스시 붐이 있다. 일본의 농수산물 수출량은 그 이후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다.
▣ 세계 3대 스프 – 돔양꿍
“태국의 음식산업은 자동차 산업보다 크고, 태국민의 60%는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태국에서는 음식산업이 국가 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
– 시리차이 교수/태국 까셋삿 대학
태국은 세계 최대의 새우 수출국이다. 스페셜 팀이 찾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새우전문 수산시장 ‘탈레타이’. 태국 최대의 세계적 기업들이 자리 잡은 그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새우가 세계 각 국으로 수출되고 있었다. 태국의 수산업 발전에는 ‘돔양꿍’으로 대표되는 태국의 음식 세계화가 있었다.
“태국 요리는 맵지만 건강에 좋고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 태국 음식학교 학생
방콕에 위치한 태국 최대의 태국음식점 ‘블루 엘리펀트’. 태국의 왕족음식을 재현하는 그 곳의 손님은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세계 75대 레스토랑이라는 ‘블루 엘리펀트’는 세계 각 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식재료는 물론 소스와 소품까지 모두 태국에서 직접 태국 본사에서 공급한다. 그 곳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태국 전통음식학교에는 세계 각국에서 태국음식을 배우고자 몰려온 학생들이 있었다.
태국은 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 ‘Kitchen of the world’를 추진하며 그 일환으로 태국음식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각국의 태국 음식점 중 식재료의 80% 이상을 태국에서 수입하며 태국에서 파견된 조리사가 요리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태국음식점 인증인 ’Tai select’를 준다. 태국은 이를 통해 태국음식 뿐 아니라 태국의 문화와 식자재까지 모두 수출 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 스시와 돔양꿍, 그리고 우리의 밥상은?
“한국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 재료가 필요하다.”
– 일본의 한국음식점 ‘처가방’ 사장 오영석
일본 내에 18개의 체인을 두고 있는 한국음식점 ‘처가방’.
손님의 90%가 일본인이고 연간 매출규모가 300억이라는 그 곳에서는 무안곰소소금, 광천젓갈, 청양고추와 순창의 고추장과 된장까지, 연간 20억 원 이상의 식재료를 한국에서 직접 수입해간다. 그는 한류와 더불어 일본인들이 한국전통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음식의 정통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유명한 한국음식점과 한국 슈퍼마켓들은 대부분 한류를 통해 교포대상의 체인점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일본 내에서 김치와 같은 한국음식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외식산업의 규모는 4800조 원. 그 중 한국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미미하기만 하다. 일본 외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음식의 진출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국가적인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이뤄질 때, 한국 식자재 산업의 발전과 한국 농어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