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김치

궁중김치는 궁궐에서 담가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던 김치를 말한다.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던 김치답게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잣, 밤, 대추, 버섯류 등 다양한 고명을 사용하여 맛과 모양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궁궐에서는 현재의 마장동, 연건동, 왕십리 등에 전용 채마밭(먹을거리나 입을 거리를 심어 가꾸는 밭, 채소나 김장재료를 심는 밭)을 지정하여 배추와 무 등의 농작물을 심었으며 좋은 재료만 골라 김치를 담갔다.

궁궐 전용 채마밭은 민가에서는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를 하였으며, 토질이 좋고 배추의 품봉이나 재배법이 달라 속이 꽉 찰 뿐만 아니라 희고 배추 힘줄이 적어 감칠맛이 났다.

또한 전용 채마밭에서 재배되는 배추에는 많은 정성을 쏟았는데, 일반 배추는 씨를 뿌려 떺잎이 나면 좀 큰 것을 남기고 아무것이나 솎아 내는데 반해, 궁궐에서 사용될 김칫거리 배추는 떡잎에서부터 남길 것을 정해두고 주변의 것을 솎아 버리고, 듬성듬성 띄워서 길렀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기른 김칫거리는, 잎이 노르스름하고 깨끗한 속대만 썼으며 무도 싱싱하고 매끄러운 좋은 것만 골라 반듯하게 썬 것만 사용하였다. 젓갈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조기젓, 새우젓, 황석어젓 등을 주로 사용하였고, 지금처럼 멸치젓, 갈치젓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고춧가루를 많이 쓰지않아 맵지 않으며, 간도 짜지 않게 하였다.

생해물로는 낙지, 굴, 새우 등을 넣었으며, 무를 넉넉하게 섞어서 담갔기 때문에 국물도 많은 편이고 시원하고 감칠맛이 뛰어난 김치였다.

한말에 궁중에서는 김장을 1천 통씩 했는데, 이 때는 주방 상궁들만으로는 부족해서 침방 상궁이나 수방 상궁들까지 모두 동원되어 김치를 담갔다고 한다.

조선 시대 수라상은 임금이 평소에 받는 반상으로 김치는 궁중젓국지(배추김치)와 무깍두기인 송송이, 국물김치 세 가지가 오른다.

궁중김치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궁중섞박지, 동치미, 송송이(깍두기), 보김치, 젓국지 등이 있다.

궁중섞박지는 무와 배추를 썰어서 갖은 양념에 버무린 것으로 모양이 반듯한 것만 담고 나머지는 허드레 김치로 담가 궁인들이 먹었다고 한다.

젓국지는 궁중에서 담근 통배추김치인데 조기젓이나 황석어젓을 넉넉히 넣고 담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젓국지에 대한 기록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볼 수 있는데, “젓국지는 배추와 무를 씻어 한치 길이씩 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 외를 불려서 짜개어 대강 썰어 넣고 고추, 마늘, 미나리, 갓은 채쳐 넣고 청각도 조금 넣고 조기젓국에 물을 타 끓여서 식힌 후에 간간하게 많이 붓고 뚜껑을 잘 덮어 익힌다.”고 하였다.

동치미는 보통 소금과 무와 물이 기본이지만 옛날부터 궁중에서는 고명을 더 많이 넣어 향미를 더하였다. 궁중동치미 재료는 무, 배, 유자, 석류 등이며,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동치미를 담글 무는 작고 겉이 매끄러우며, 모양이 예쁜 것으로 골라 씻어서 하루삼 절인 다음 독을 묻고 넣는다. 배는 통째로 껍질을 벗기고, 유자는 통째로, 파는 흰 부분만 넣고, 생강과 마늘은 납작하게 저미고 파뿌리를 씻어서 무명 주머니에 함께 넣는다.

그리고, 삭힌 고추를 넣고 소금물을 부어서 익힌다. 익은 후에 먹을 때는 배 와 유자는 썰고 국물에 꿀을 조금 타고 석류와 잣을 흩어 넣으면 맑고 산뜻하다.

고종은 겨울철 야참으로 동치미 국물에 육수를 섞어서 메밀국수를 만 냉면을 즐겼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배를 많이 넣어 담근 냉면용 국물김치를 따로 담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