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딤채] ①26년째 김치냉장고 명가 ‘딤채’…글로벌 가전 회사로 도약

아주경제신문입력 2020-06-12

에어컨 만들던 만도기계, 1993년 김치연구소 만들어 전국 팔도 김치맛 연구
김장독 원리 그대로 담은 이름 ‘딤채’…직접 냉각 방식으로 김치맛 살린다

3M을 모르는 이들은 있어도 ‘스카치 테이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에 낙인을 찍은 데서 브랜드(Brand)의 어원이 유래됐듯, 잘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 속에 제품을 깊게 각인시킨다. 광고계의 거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브랜드는 제품의 이름과 성격, 가격과 역사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무형의 집합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주경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이 된 한국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김치맛을 연구해라.”

상용차·기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에어컨과 가정용 에어컨을 생산하던 만도기계 직원들에게 난데없는 지령이 내려졌다. 1993년 정몽원 당시 만도기계 대표(현 한라그룹 회장)의 말이었다. 이 말 한마디에 에어컨을 만들던 엔지니어들도 김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정 대표는 아예 ‘김치연구소’를 만들고 김치 연구에 들어갔다. 신사업팀인 ‘유레카’도 꾸려 김치냉장고 개발에 돌입했다. 3년간 100만 포기의 김치를 담그고 테스트하며 전국 각지의 김치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1995년 11월 ‘토종 가전 1호’ 김치냉장고 명가 ‘딤채’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에어컨을 만들던 만도기계가 김치냉장고 생산에 들어가게 된 것은 한 대리점 사장의 제안이었다. 여름철 바짝 생산을 한 뒤 쉬는 공장을 이용해 프랑스의 와인 냉장고, 일본의 생선 냉장고처럼 한국 전통 냉장고를 만들자는 말이었다. 그렇게 출시된 딤채는 1995년부터 26년째 한국인들의 부엌 한편을 지키게 됐다.

딤채의 이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가 주거문화의 서구화로 땅속에서 가전으로 옮겨졌지만, 그 맛만은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딤채라는 이름은 조선 중종 때 사용되던 김치의 옛 이름이다.

◆ 김장독 맛 그대로…김치연구소는 28년째 연구 중

김치냉장고는 우리나라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 및 보관 원리를 현대 기술로 구현해 가전으로 만든 제품이다. 겨울철 땅속에 묻힌 김장독은 냉기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김장독 내부 온도는 0도에서 영하 1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저장실 자체가 냉각하는 ‘직접 냉각 방식’을 딤채는 새로운 기술로 구현했다.

기존 일반냉장고의 경우 서양의 건조 음식 보관에 맞춰 냉기를 순환시키는 ‘간접 냉각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내부의 온도 편차가 10도를 넘나들어 김치나 탕, 찌개처럼 국물 음식이 많은 한국형 음식문화에는 적합하지 못했다. 딤채가 기존의 일반냉장고 개량형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가전’으로 탄생한 이유다.

딤채 개발 단계부터 있던 김치연구소는 현재까지도 김치 맛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150여만 포기 이상의 김치를 담그며 발효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김치 품질 특성과 김치의 미생물 연구, 김장 김치 맛 재현 연구 등을 지속 증이다.

특히 2001년에는 ‘김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김치에 생존하는 인체에 이로운 김치 유산균의 성장 패턴을 연구해 김치의 독특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숙성 기술인 발효과학을 탄생시켰다.

다양한 김치 유산균을 성장시키고, 뇌 활성 아미노산인 가바(GABA) 함량을 증대시키는 발효과학 기술은 김치냉장고를 대표적인 웰빙 가전으로, 딤채를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