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확대·세계화 위해 국산김치 소비촉진 홍보예산 절실”

식품외식경제입력 2019-07-02

저명한 의학저널 The Lancet(2017년)은 ‘2030년이 되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전 세계인 중 가장 길어질 것’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포스트는 ‘그 근거는 김치에 들어있는 프로 바이오틱스 유산균, 식이섬유, 항산화·항암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치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김치는 전 세계 68개국에 수출이 되고 있다. 2001년에는 코덱스에 국제규격으로 채택됐고, 2013년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또 2017년에는 문화재청이 ‘김치담그기’를 국가 무형문화재 133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높아진 위상과 반대로 김치산업은 위기라고 한다. 최근 ‘국산김치 내수 및 수출 활성화’ 세미나를 열고 심도 있는 토의를 하는 등 김치산업 활성화에 두 팔을 걷어붙인 ㈔대한민국김치산업협회 이하연 회장을 만나봤다.

김치관련 업체 중 10%, 100개 업체 회원사 목표
이하연 회장을 만난 건 처음 개최한 세미나를 성황리에 마친 며칠 후였다. 100석 규모의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 120여 명이 참석했을 만큼 안팎의 관심이 높았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사실 협회 회장 일이라는 게 찾아서 하면 일이 무한정이고, 굳이 찾아서 하지 않으면 별로 없어요. 그런데 1인 가구 증가와 다양해진 식생활로 김치소비는 점점 줄어들죠. 생산원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산 김치에 밀려 수입김치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으로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국산김치의 내수 및 수출 활성화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끄집어내 공론화하고, 주위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욱 많아졌다. 국산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예산 확보부터 협회 회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건의, 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김치대전 기획, 김치갤러리 건립 등 수없이 많은 목표를 세우고 움직인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회원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회원사가 없다면 협회의 존재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취임 소감에서 회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협회 회원사를 임기 내 100개 업체로 늘려 명실상부 김치협회로서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어요. 국내 김치 관련 업체가 약 900개 업체나 되지만 당시 회원사가 45곳에 불과해 전체 업체 중 약 10%를 목표로 했죠. 다행스럽게도 임기 절반이 채 되지 않았지만 회원사가 70개 업체로 늘었어요. 45개 회원사 중 협회 일에 참여하지 않고, 회비를 내지 않는 8개 업체를 제명해 실제 37개 회원사로 시작했으니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도움을 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국산김치 사용 음식점 ‘인증마크’ 부착 사업 성과
김치협회에서는 국산김치 내수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산김치 사용 음식점에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식업체 가운데 일부는 직접 김치를 담고, 일부는 국내 김치제조업체에서 생산한 국산김치를 구매해 사용하지만 대다수 업소들이 국내 김치원료 가격 상승으로 수입김치와 가격 격차가 심화돼 중국산 수입김치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치 10kg당 가격이 중국산은 1만3000원인데 반해 국산은 3만~4만 원으로 3배가 비싸요.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외식업소의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중국산 수입김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김치는 무, 배추, 고추, 마늘, 생강, 파 등 필연적으로 농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김치산업이 무너지면 농민의 밭농사가 무너지는 거죠. 국민의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외식업소들이 국산김치 사용 음식점 인증마크 부착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다면 농가와 김치제조업은 물론 외식업까지 1차, 2차, 3차 산업이 모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목표로 열심히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소의 국산김치 인증마크 부착 사업은 현재까지 전국에서 약 500여 개 외식업체들이 참여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증마크 부착 이후 고객들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져 매출증대 효과를 가져 온 곳들이 많다고 한다.

“저도 김치제조업 이전에 ‘봉우리’라는 외식업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외식업소의 경쟁력이 ‘맛있는 김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봉우리라고 하면 김치가 맛있는 집으로 인식하고, 김치가 맛있으니 다른 음식도 당연히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김치가 봉우리를 상징하는 메뉴가 된 것처럼 외식업소에서 맛있는 국산김치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이 동참해 준다면 국내 김치제조업체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한식 식문화·식생활 교육 과정 필요
한국인의 주식인 밥에는 필연적으로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와 장이 따라간다. 그런데 최근 1인가족이 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김치소비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교육과정에 한식의 식문화에 대한 교육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사실습시간에 샌드위치, 카레라이스 만들기가 아닌 밥하기,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 한식의 기본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급식 잔반 검사를 하는데 일부 아이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김치를 대신 먹어주는 친구에게 돈을 준다는 거예요.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고, 밥에는 필수적으로 김치가 따라가죠. 맛있는 김치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고, 맛없는 김치만큼 맛없는 음식은 없다는데 어린이들에게 김치는 맛이 없는 음식인거죠.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산 김치업체들의 낮은 경쟁력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국내 김치 업체들이 중국산 김치에 맞서 가격으로만 승부하다보니 국산 김치나 중국산 김치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외식업소와 소비자들이 중국 김치를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해외에서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인 것은 알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산 김치가 더 많이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산, 일본산 김치에 맞서려면 국산 김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즉 고춧가루, 소금, 젓갈 등 원물부터 차별화해 김치의 프리미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규합총서 등 고서에 따르면 김치의 종류만 해도 198가지나 돼요. 다른 나라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다양한 김치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해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계절마다, 집집마다 수없이 다양한 김치가 있었어요. 특히 1980년 이전에는 김장철이 되면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김장 보너스를 지급하던 시절이 있었죠. 이때가 김치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주부들이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 집집마다 김장 김치의 맛이 다양하고 화려했어요. 김장 김치는 엄마의 자존심이었던 시절이고, 그렇게 맛깔나는 김치를 먹어왔던 중장년층에게 김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일 수밖에 없죠. 김장 보너스가 부활했으면 좋겠어요.”

국산 김치 소비촉진 위한 홍보 예산 절대 부족
이 회장은 김치의 내수확대와 세계화를 위해서는 국산 김치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김치원료 표준화, 위해요소관리 강화, 학교급식·군납 활성화, 김치의 날 제정으로 내수와 수출 확대에 힘쓰기로 했다. 2022년에 국산김치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치산업계는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치는 이미 세계적인 음식입니다. 그런데 국산김치의 수출 경쟁력은 매우 낮아요.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적인 한류 스타가 김치 홍보대사를 해 준다면 전 세계 아미(BTS의 팬클럽)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희망사항이죠. 우리 김치가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상해와 동경 박람회, 그리고 해외문화원 홍보는 매우 유효한 홍보 루트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김치를 홍보할 수 있는 김치자조금예산 확충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는 예산이 2억5000만 원에 불과해 국내외 주요 박람회에 나가서 김치를 홍보할 수 있는 예산 자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성과도 기대할 수 없는거죠.”

정부에서도 김치산업진흥을 위해 내년에는 자조금 예산을 5억 원으로 늘렸다. 올해는 김치제조업체에 원자재인 배추 수매자금 100억 원을 무이자 대출 지원을 해줬다. 이 자금은 김치협회를 통해 회원사들에게 지원돼 현재 약 50억 원 정도 의 대출이 이뤄졌다. 나머지는 가을배추 수매자금으로 대출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배추수매자금 지원에 앞서 저온창고 시설지원 정책자금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온창고 정책자금 시설 지원 신청을 받아 서류를 넣으면 김치제조업체는 거의 떨어지고 대부분 농가에서 지원을 받아요. 사실 저온창고는 농민보다 김치제조업체들에게 더 필요하거든요. 김치제조업체는 원물을 많이 확보해 놓은 업체가 경쟁력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배추를 수매해도 보관해 놓을 곳이 없는거죠. 결국 다른 저장 창고에 또 돈을 주고 보관해 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기업, 중소업체 진출 시장은 달라
김치산업 자체가 열악한 상황에서 김치업종 대기업의 생계형 업종 진출을 금지해 놓은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대기업이 진출하는 시장과 중소기업, 영세업체가 진출하는 시장은 다르다. 김치산업은 생산 환경이 열악하고 인력도 부족한데다 시설 및 원재료 비용도 많이 든다. 최근 김치 속 넣는 기계 등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설비비용 때문에 영세업체에서는 설치할 엄두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이 회장은 대기업은 수출과 B2C 시장을 담당하고,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을 특화해 생산하고, 영세업체들은 1차 가공한 식재료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등 낙수효과를 누리는 것도 윈-윈하면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김치갤러리, 김치의 날 제정 숙원사업
‘김치갤러리’ 설립도 협회의 숙원 사업이다. 김치갤러리가 설립되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김치교실 운영을 통해 국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김치를 접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이다. 나아가 각 지역별로 김치체험교육 실시를 원하는 김치제조업체에 시설지원을 해주면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김치업체들의 수익성 강화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11월 15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해 김장김치대전 등 시민들과 함께 김장김치도 담그고, 다양한 김치요리도 먹는 장을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기념식에서는 김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공로자에게 김치학술상, 김치산업상, 김치문화상 등 다양한 상을 수여해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치산업은 1988년을 기점으로 산업화되기 시작해 이제 1세대에서 2세대로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예요. 그러나 일부 1세대 경영주들은 자식에게 가업으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해요. 김치제조업이 해보니까 너무 힘들고, 어렵고, 자존감도 낮아진다는 거예요. 따라서 김치산업 종사자와 경영주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우리의 문화유산인 김치가 자자손손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치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이하연 회장은 어느 누구보다 김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김치의 세계화에 대해 주장 하고, 김치산업의 발전 그리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소위 총대를 메고 정부를 향해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는 아이에게 젖 물린다고 하잖아요. 저는 열심히 울고 다니는 것이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