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산업 위기…돌파구 없나?

보건뉴스입력 2019-07-16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국내 김치산업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치 소비는 줄고 수출은 정체인 반면, 수입은 해마다 증가하는 탓이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약 40% 이상을 잠식한 중국 김치에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aT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로 수입된 김치는 100%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김치가 한국에 들어올 때 7월 초 기준으로 생산원가는 1톤당 약 620~650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관서류에 따르면, 중국 김치제조업체의 김치는 1톤당 약 420달러의 수출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수출가격은 생산원가와 제반 비용을 합한 액수로 원가계산서 분석에 따른다. 단순 계산으로 볼 때 중국 업체들은 약 200~230달러의 손해를 감수하고 김치를 수출하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이 이같은 손해를 보고 한국에 김치를 수출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당국의 허술한 관리로 인해 업체들이 수출가격을 부풀려 신고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김치제조업체들은 한국에 김치를 수출할 때 수출품목검역신고서를 중국의 상품검역국에 제출한다. 이 신고서에는 김치의 성분배합, 위해물질 및 기생충 검출여부, 수량과 수출가격 등을 기입하게 돼 있다.

한국으로 수출을 마친 중국업체들은 우리나라 국세청격인 세무국과 관세청격에 해당하는 해관총서에 수출 신고를 한다. 중국 세무국과 해관총서는 자체적으로 신고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상품검역국에 접수된 신고서를 확인하는 절차만 거친다고 한다. 자국 업체들의 수출내역을 확인한 해관총서는 각 업체에 대해 ‘퇴세’ 즉 관세환급을 해주는데 수출업체들은 최종적으로 보통 수출액의 약 11%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김치제조기술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맛과 품질에서 국내 김치를 바짝 뒤쫒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 종사자들이 중국으로 가서 기술을 전수한 경우도 많고, 국내 제조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해 생산할 만큼 중국 내의 생산공정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관세환급’ 업고 생산원가 맘대로 조절

현재 중국의 ‘프리미엄’ 김치는 1톤당 2000달러에서 2500달러의 세금을 환급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급이 아니더라도 최소 1500~1600달러를 환급 받는다.

업계 분석에 의하면, 중국 김치는 1kg당 721원 정도인데 1600원인 국산 김치보다 879원이 싸다. 중국에서 규모가 큰 제조업체의 경우 생산원가를 낮출수록 수출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수출액이 늘어난 만큼 세금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중국 김치제조업체들은 그들의 최종 목표가 ‘한국 정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국내 김치제조업체들은 이처럼 관세환급을 등에 업은 중국 김치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꼼수’는 대략 2~3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가격을 부풀릴 수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이 약 2만 여개가 넘는 수출품목과 액수를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다는 데에 기인하고 있다.

국내 김치업체의 관계자는 “서로 간의 정당한 교역을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알려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김치산업의 제조와 수출을 진흥시키는 것은 농식품부의 소관이지만, 중국 김치의 관세 부분은 해당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별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처의 주요 목적이 먹거리 안전인데 수입김치 품목의 세금 부분이나 시장 가격 문제는 소관 업무와 다른 분야”라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사실 중국 업체들의 관세환급 문제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관세청이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관세청이 중국 해관총서의 업무 행정을 두고 시정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더라도 해관총서가 행정상의 관리 부실을 인정할 지도 예측할 수 없고, 자칫 우리나라가 중국의 김치 수출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국가 간의 무역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선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범부처간의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김치제조업체는 약 1100여 곳, 중소업체는 약 150여 곳에 이른다. 파상공세를 앞세운 중국 김치 앞에 김치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이들을 받쳐주고 있는 배추와 무 생산농가의 몰락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래저래 국내 김치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