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협회 “김치 영양성분 표시 어려워”..시민단체 “과도기 거쳐 표시해야”

한국정책신문입력 2020-07-24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김치를 영양성분 표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김치업계는 김치 특성상 표준화가 어렵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는 김치 영양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 요구가 높은 만큼 과도기간을 거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김치협회는 빠르면 다음주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을 김치로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회원사들의 서명을 모아 정부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김치협회에는 김치를 제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약 80곳이 모인 단체다. 현재 이 가운데 40곳에 가까운 업체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1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당류·나트륨 함량이 높거나, 섭취빈도·섭취량이 많은 가공식품으로 영양성분 표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매출액 120억원 이상, 2024년 매출액 50억원 이상~120억원 미만, 2026년 매출액 50억원 미만 등 업체 매출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김치협회는 최근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난 9일에는 대책회의를 여는 등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김치협회는 다른 가공식품과 달리 김치의 경우 영양성분 함량을 표준화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재배여건에 따라 김치의 재료로 쓰이는 농산물의 영양성분이 달라지는 데다, 발효과정을 거치는 식품으로 유통 과정에서도 영양성분 함량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치는 영양성분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 농산물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김치협회의 입장이다. 김치는 끓이거나 삶아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선별해 세척하고 절여서 버무리는 정도로 상품화하는 식품이라 가공식품이 아닌 1차 농산물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A 김치업체 관계자는 “김치는 생물을 취급하는 것이라 규격화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가열처리도 하지 않는 김치를 레토르트 식품처럼 동일하게 만들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B 김치업체 관계자도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 품종이나 계절에 따라서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영양성분 표시는 단순하지 않다”면서 “영양 성분이 많이 바뀌어서 표시해도 의미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포장 배추김치 15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김치는 동일 브랜드 제품이라도 영양성분 함유량이 들쑥날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제육수 조선호텔 포기김치’의 경우 제조일자에 따라 100g당 나트륨 함량이 45.6%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가집 시원하고 깔끔한 포기김치’의 100g당 나트륨 함량도 42.2% 차이났다. ‘농협 아름찬 포기김치’, ‘노브랜드 별미 포기김치’, ‘동원 포기김치’ 등의 100g당 나트륨 함량도 30%넘게 달랐다.

소비자모임은 김치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한국 대표식품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김치도 영양성분 표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에도 김치는 영양성분 표시 대상품목이 아니어서 영양성분 함량 확인 및 비교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식약처에 김치를 영양성분 표시 대상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업들은 표준화 방법을 개발하고 영양성분을 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나트륨이나 당류 같은 영양 정보에 민감하고 또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자사 제품을 표준화하고 관리하는 것도 기업의 능력이자 가져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양성분 표시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는데 김치는 과자나 라면 같은 공산품과 다르므로 영양성분 표시에 있어 오차 허용범위를 합리적 수준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등의 과도기를 거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